
러시안 블루
Russian Blue
러시아 · 자연종
은빛으로 반짝이는 푸른 털에 에메랄드 그린 눈, 그리고 입가에 살짝 걸린 듣기 좋은 미소. 멀리서 보면 도무지 다가갈 틈이 없는 도시적인 신사 같지만, 정작 집에서는 은근히 집사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목청을 크게 쓰는 법이 없어서, 이 아이가 있다고 집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질 일은 없다.
역사
은빛 푸른 털을 가진 이 고양이의 뿌리는 러시아 북부, 얼음처럼 차가운 항구 도시 아르한겔스크 일대로 추정된다. 두툼하게 겹쳐진 털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 항구의 배와 창고를 오가며 쥐를 잡던 생활의 흔적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800년대 중반, 이 지역을 오가던 선원들의 배에 몸을 실은 고양이들이 영국과 북유럽 항구에 발을 디디면서 서양에 처음 소개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870년대 런던의 크리스탈 팰리스 고양이 대회에 '아르한겔 캣(Archangel Cat)'이라는 이름으로 출품됐고, 그 뒤로도 한동안 다른 푸른색 고양이들과 함께 한 부문에서 경쟁하다가 1912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독립된 심사 부문을 갖게 됐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개체 수가 크게 줄었고, 살아남은 혈통을 지키기 위해 한동안 샴과 교배시켜 유전자 풀을 이어간 시기도 있었다.
지금 우리가 아는 러시안 블루의 모습은 이렇게 영국, 북유럽, 미국을 거치며 조금씩 다듬어진 결과물이다. '러시아 황실이 특별히 사랑한 고양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돌지만,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역사적 증거는 없다. 낭만적인 전설로 즐기면 딱 좋은 이야기다.
외모
짧지만 촘촘한 이중모가 몸을 감싸고, 그 겉털 끝이 은색으로 반짝이는 것이 이 고양이만의 시그니처다. 가만히 서 있어도 움직일 때마다 회색빛 물결이 은은하게 일렁이는 것처럼 보인다. 짙은 청회색 털과 선명한 초록 눈의 조합이 인상적인데, 흥미롭게도 눈동자 색은 태어날 때는 노란빛에 가깝다가 자라면서 점점 초록으로 깊어진다.
몸매는 슬림하면서도 각이 살아있는 편이고, 다리는 가늘고 길다. '러시안 스마일'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살짝 올라간 입꼬리도 이 품종 특유의 표정이다. 손으로 쓸어보면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미끄러지면서도, 그 속에 공기층이 있는 듯 폭신한 촉감이 함께 느껴진다.
성격
고양이마다 성격이 다르다. 아래는 품종 경향이다.
낯선 손님 앞에서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지만, 익숙한 얼굴 앞에서는 조용히 다가와 몸을 슬쩍 기댄다. 큰 소리로 존재감을 알리는 성격이 아니라서, 무언가를 원할 때도 울음보다는 옆에 나란히 앉는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한번 마음을 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화장실에 갈 때도, 부엌에서 요리할 때도 슬며시 뒤를 밟는 '그림자 고양이'가 된다. 혼자 있는 시간은 제법 잘 견디지만, 지나치게 오래 방치되면 숨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표현하기도 한다. 격렬한 몸놀이보다는 일정한 리듬으로 짧게 반복되는 놀이를 훨씬 편하게 여긴다.
- 애정 표현
- 보통
- 활동량
- 낮음
- 울음소리
- 낮음
- 독립성
- 높음
- 아이와 지내기
- 보통
- 다른 고양이와 지내기
- 보통
- 놀이 욕구
- 보통
잘 맞는 집
조용하고 예측 가능한 분위기의 집에서 이 아이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다. 집을 지나치게 오래 비우지 않을 수 있고, 털 날림 걱정을 줄이고 싶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손님이 자주 드나드는 번잡한 집보다는, 늘 같은 얼굴들과 조용히 지내는 집이 이 아이에게는 훨씬 마음 편한 곳이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도 무리 없이 지낼 수 있지만, 갑자기 와락 안기거나 큰 소리가 나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출 수 있다. 급하게 다가가지 않고 천천히 신뢰를 쌓아가는 가족일수록 이 아이와 더 좋은 사이가 된다.
키울 때
짧은 이중모라 평소에는 주 1~2회 빗질로 충분하다. 봄가을 털갈이 시기에는 조금 더 자주 빗질해 주면 두꺼운 속털이 뭉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활동량이 많지 않은 품종이라 체중이 쉽게 늘 수 있으니, 사료량을 눈으로 계량해 관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화려한 놀이기구보다는 스크래처 하나와 창가 볕 자리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만족하는 아이가 많다. 목욕은 자주 필요하지 않고, 털에 기름기가 도는 것이 눈에 보일 때쯤 정도만 해 주면 된다.
건강 참고
비교적 튼튼하고 유전병이 적은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관리를 게을리해도 되는 것은 아니어서, 정기 검진과 치아 관리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방광에 결석이 생기거나, 체중이 늘면서 관절에 부담이 가는 경우가 종종 보고된다.
혈통에 따라 심장 검진을 받아 두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눈에 띄는 유전병이 적은 품종'이라는 말을 '관리가 필요 없는 품종'이라는 뜻으로 오해하지는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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